<시승기> 돌아온 싸움닭, 혼다 2.0터보 스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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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가 10세대 어코드를 내놓는 현장에서 던진 문장 한마디가 있습니다. '압도적 자신감'이라는 말이었죠. 도대체 얼마나 자신 있으면 저런 말을 대놓고, 그것도 여러 번 반복할까? 싶어서 내심 궁금했습니다. 어코드야 혼다의 만년 스테디 셀러긴 하지만 이렇게 초장부터 자신하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10세대로 거듭난 혼다 어코드는 이름에서도 그런 대단한 자신감이 드러납니다. 보통 모델을 풀체인지 하면 올 뉴, 더 뉴 같은 수식어를 붙이잖아요. 그런데 어코드는 그냥 어코드에요. 혼다 어코드. 그걸로 끝. 굳이 뭘 앞에 지저분하게 붙이냐고 말하는 듯 다 잘라버렸습니다. 근데 이게 꽤 멋지더군요. 그렇잖아도 신형교체 주기가 빨라져서 이놈이 뉴인지, 더 뉴인지, 올 뉴인지 헷갈리는데 간단하잖아요.
시승한 모델은 2.0 터보 스포트입니다. 기존에 있던 3.5L 자연흡기 엔진 모델을 대체하는 모델이죠. 개인적으로는 1.5T가 어떨지 더 궁금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분명히 1.5T모델이 더 많이 팔릴 테니까요. 하지만 아직 1.5T모델은 준비가 안됐대요. 아마 주문은 받지만 국내 들어오는 순서가 2.0 터보가 먼저 들어오나 봅니다.
1.5와 2.0은 650만원 차이인데 단지 엔진만 다른 게 아닙니다. 혼다 센싱이라고 하는 반자율주행보조장치도 1.5에서는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어요. 왜 이렇게 했을지,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미 벌써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은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밖에도 2.0 터보에만 들어가는 편의사양으로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라든가 오토 폴딩 사이드 미러가 있습니다.;; 사이드미러 접는 것도 1.5에선 누릴 수 없는 고급사양인 셈이죠.
혼다는 대놓고 자랑하길 즐기는 것 같습니다. 갖고 있는 특징요소들을 바깥에 전부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앞 범퍼 아래에 박힌 혼다 센싱 센서에 선명하게 쓴 표시라든지, 뒷 유리에 VTEC 터보라고 써놓은 부분들이 그것들이죠.
10세대 어코드는 젊어졌습니다. 일단 생긴 게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의 모습보다는 다이내믹한 스포티 세단에 가까운 날렵한 생김새를 갖추게 됐죠. 시작은 얼굴입니다. 헤드램프를 보면 입체감이 대단해요. 또 그릴도 너무 과하게 키우지 않아서 과격해 보이는 것보단 날카로운 인상을 만들었고요.
어코드의 뒷모습은 앞보다 더 멋집니다. 만약에 뒤까지 앞과 비슷하게 같으면 파격을 넘어 충격이었을 거에요. 입체감은 여전하지만 앞보다 안정적입니다. 그리고 줄자 수준의 스포일러를 장식요소로 덧댔죠. 완급을 조절한 게 여러 부분에서 엿보입니다.
2.0 터보 스포트 모델에는 19인치 휠이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동급 사양 중에서는 가장 큰 휠이죠. 물론 이게 어디까지를 동급으로 보냐긴 합니다. 아우디 A6도 이번에 19인치를 기본으로 넣거든요. 물론 35tdi 프리미엄 트림이긴 하지만. 아무튼, 혼다가 이번에 처음 선보인 새로운 휠 디자인은 멋집니다. 마치 자연흡기에서 터보엔진으로 변한 것을 의미한다는 듯이 터빈의 임팰러를 형상화한 것처럼 생겼어요. 역시 일본스럽지 않게 뭐든 드러내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
옆에서 본 어코드는 전형적인 3박스 스타일의 세단보다는 쿠페에 가깝습니다. 거의 패스트백 수준이에요. 앞쪽 엔진 보닛은 길고 뒤쪽 트렁크는 짜리몽땅하죠. 되게 공격적인, 스타일리시한 세단의 옆태입니다. 실내 공간이 많이 좁지 않을까 싶어 냉큼 앉아봤죠. 사진 속은 동승했던 한상기 오토프레스 대표입니다.
근데 왠걸요. 엄청 넓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공간을 뽑아냈지 싶을 만큼 광활해요. 어코드는 세대변경을 하며 차의 사이즈는 크게 키우지 않았습니다. 아니, 전장은 그대로에요. 4890mm입니다. 너비를 10mm 넓힌 게 늘어난 수치의 전붑니다. 하지만 바퀴를 앞뒤로 많이 밀어냈어요. 그래서 휠베이스를 무려 55mm나 늘렸죠. 그 혜택이 고스란히 실내공간으로 스며든 겁니다.
운전석에 앉아 살펴본 혼다 어코드는 예쁘진 않아요. 하지만 단정합니다. 누가 뭘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차의 조작법을 다 알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시트 디자인은 좀 별롭니다. 투박할 뿐만 아니라 만져보니 볼스터가 그냥 스폰지더군요. 또 꿰맨 실밥 솔기들도 일정하지 않고 가죽이 운 듯한 곳도 있고요. 이런 대량생산 차스러운 부분은 여전했습니다.
운전대는 좌우 스포크에 버튼이 많아졌어요. 왼쪽엔 오디오 조작 버튼들과 메뉴 조작 버튼, 그리고 핸즈프리와 음성명령 기능들을 모았죠. 우측에는 혼다센싱에 관련된 기능을 몰았고요. HUD버튼도 여기 달렸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더군요. 바로 HUD 화면 구성 전환 버튼은 운전대에 이렇게 달아뒀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켜거나 끄고 높이를 조절하는 버튼은 또 운전대 왼쪽에 달았습니다. 그러니까 두 버튼을 왼손, 오른손으로 번갈아 가며 눌러야 자신에게 맞는 HUD 설정을 할 수 있는 거죠. 불편합니다.
또 한가지 독특한 게 있습니다. 바로 절반만 디지털 방식인 계기판이죠. 보통 타코미터와 스피도미터 가운데에 작은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넣거나 하는 방식으로 절충을 하는데 어코드는 신기하게 왼쪽 타코미터를 포함해 가운데 디스플레이도 절반만 디지털입니다. 이건 영상으로 봐야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신기한 건 좌우 밝기라든지, 아니면 색깔이라든지 차이가 거의 없다는 거에요. 그리고 화면 전환도 빠릅니다. 보여주는 정보도 많고요. 혼다는 참 희한한 걸 아무렇지 않게 도입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영상 말미에는 우측 사이드미러 밑에 달린 카메라로 보여주는 사각지대 경고장치인 레인워치도 들어있습니다. 1.5 T엔 안 들어가요.
센터페시아를 쳐다보면 역시나 풀모델체인지답게 깔끔하게 변했습니다. 음. 찍을 땐 몰랐는데 화면에지가 너무 붙었네요;; 저 디스플레이에 많은 메뉴버튼을 집어넣어서 이룬 개선입니다. 조작해보면 메뉴단계가 꽤 많더라고요.
버튼 조작감은 좋습니다. 화면은 터치도 되고요. 하지만 후방 카메라나 레인워치 기능의 해상도는 요즘 차치고는 떨어집니다. 또 저 하단 공간 보이시죠? 저곳은 핸드폰 무선충전이 되거든요. 안드로이드, 아이폰 모두 가능합니다. 그런데 안이 정말 저렴한 플라스틱이에요. 아무리 대중적인 세단이라지만 아쉽습니다. 글러브 박스도 마찬가지고요. 안에 부직포 하나 안 둘러놔서 뭘 집어넣으면 달그락거리는 소리 나기 딱 일 것 같아요.
어코드는 변속기가 버튼식입니다. 지난 세대 기어봉은 말 그대로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아예 없는 투박하기 짝이 없는 막대기였죠. 하지만 신형은 조작도 편하고 공간적인 이득도 봤습니다. 더 넓어졌거든요. 이 버튼식을 두고 시대 역행이네 하는 의견을 봤습니다. 재규어도 로터리 이제 안쓴다고, 변속할 때마다 쳐다봐야 한다고 말이죠. 재규어의 로터리 방식이 욕먹는 건 R과 N이 자꾸 오작동한다는 겁니다. R에 놓고 싶은데 N에 들어가는 식 인거죠. 또 F-타입처럼 스포츠카에는 봉을 씁니다. 변속할 때마다 쳐다봐야 한다? 글쎄요. 그건 익숙해지지 않아서라고 봅니다.
2열은 그야말로 대궐 같습니다. 앞자리에 178cm 성인이 앉고 뒷자리에 같은 키의 성인이 앉아도 무릎공간이 주먹 세 개가 넘게 들어갑니다. 쏘나타보다 넓은 수준이에요. 단, 허벅지 받침은 좀 짧습니다.
트렁크도 커요. 좌우로도 깊이 푹 패였죠. 그런데 아무래도 내장재를 다 뜯어내서 최대환 확보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 이제 시동을 걸어보죠. 어코드의 버튼식 시동버튼은 엔진을 깨우긴 전엔 흰색, 시동을 걸면 빨갛게 변합니다. 참, 혼다는 이런 걸 또 잘해놨어요. 센스 있게 말이죠.
EARTH DREAMS라고 볼 때마다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VTEC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256마력에 최대토크 37.7kg.m을 1500~4000rpm에 쏟아내죠. 어코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대이상으로 좋더라고요. 고속안정성도 뛰어나고요. 가속성능도 상당합니다. 게다가 하체가 되게 딴딴해요. 심지어 독일 3사와 비교해도 어코드가 제일 단단한 하체입니다. 달리는 맛으로 치면 동급 세그먼트에서는 손에 꼽힐만큼 재밌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딧세이에서 먼저 봤던 10단 변속기도 어코드에서는 훨씬 스포티하고 민첩하게 움직입니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화는 참 좋아요. 터보래그도 많이 없고요. VTEC 특유의 일정 RPM에 도달하면 갑자기 소리가 달라지면서 시공간 초월하며 쏙 빠져드는 듯한 느낌도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고속영역에서 더 힘을 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소음이에요. 저속에서부터 노면 소음이 크게 들어옵니다. 이 정도면 방음을 거의 하지 않은 건가? 싶을 만큼 들어옵니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이건 영상으로 더 자세하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자, 그럼 구독 꼭 부탁 드리며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