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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던 5월 말, 북한강을 따라 달리던 그림 같은 동영상 시승기는 여기서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오기 전에 할리데이비슨의 포티에잇을 만났습니다. 전형적인 할리데이비슨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고 라인업 중에서도 세련되고 젊어 보이는,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할리라고도 할 수 있죠. 또 간결하면서도 선 굵은 디자인을 가장 큰 장점으로 하는 할리 데이비슨의 모터사이클이기도 하고요.
첫인상은 럭셔리, 퍼포먼스, 컴포트도 아닌 레알 모터사이클입니다. 마치 “디스 이즈 할리” “디스 이즈 오토바이”라고 하는 것 같죠. 누군가가 할리 데이비슨이 뭐냐고, 왜 타냐고 묻는다면 포티에잇을 보여주면 될 것 같아요. 그만큼 할리데이비슨 만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보고만 있어도 한번쯤 앉아보고 싶게끔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포티에잇 하면 연료탱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피넛탱크라는 애칭이 있을 만큼 포티에잇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름이 포티에잇인 건 마흔 여덟까지만 타라는 게 아닙니다. 읭?
1948년에 나왔던 할리 모터사이클에 적용했던 기름탱크를 7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전통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거죠. 근데 이 기름탱크 용량이 정말 작아요. 8L정도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가득 채워도 100km정도 밖에 못가요.;;; 자주 주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죠.
시승한 포티에잇에는 클래식한 요소들이 여럿 있습니다. 동그란 에어필터도 그렇고 커다란 바퀴도 클래식하죠. 하지만 역시 할리는 커스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되게 많기 때문에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얘가 걔라고?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1.2L 공랭식 엔진인 에볼루션 엔진은 포티에잇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합니다. 생긴 것만 봐도 기계적인 조형미가 끝내줘요. 해머 같은 실린더 헤드, 코끼리 다리 주름 같은 냉각핀, 뉴욕 맨하탄의 옛날 건물 수도관이 생각나는 크랭크 케이스 등 그냥 떼다가 집에 놔두면 그대로 멋진 장식품이 될 것처럼 멋집니다. 물론 잘생겼다고 완벽한 건 아닙니다. 다 아시죠? ㅋ
엔진 아래로 길게 뽑아져 나온 두 가닥 머플러는 마치 금관악기처럼 아름답습니다. 레이저 커팅으로 잘라놓은 머플러 커버는 번쩍거리기가 꼭 군대에서 총기수입 엄청 힘들게 해놓은 총 같죠. 반질반질합니다. 보고만 있어도 그 소리가 듣고 싶어질 것 같은 생김샙니다.
핸들바에 달린 버튼 만듦새도 훌륭해요. 눌림감도 좋고 무엇보다 마감을 참 잘해놨습니다. 맨손가락으로 만져보면 맨질맨질한 게 꼭 원태 궁댕이 같아요. 할리 라이더들이 왜 하프 글러브를 애용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ㅎㅎ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니 꼭 풀착장 하시길.
계기판은 정말 단출합니다. 0, 20, 40부터 시작해서 220km까지 표시가 돼 있죠. 물론 220은 월급통장에 찍히는 플러스 잔고 같은 숫잡니다. 절대 닿을 수 없거든요. ㅎㅎ 드디어 포티에잇 계기판에 RPM이 뜹니다. RPM표시하는 게 무슨 대수냐고요? 원래 안 나왔었거든요. ;; 그랬다가 이게 한 2년전 모델부터인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중립도 표시되고요! 저 작은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지죠. 이 얼마나 아날로그입니까. 참, 사진에서 핸들바에 달린 시거잭은 액세서리 파츠입니다.
시동을 걸어보면 푸득푸득푸드득 하며 철마(鐵馬)가 깨어납니다. 양손을 핸들바에 얹고만 있는데도 그 진동이 어찌나 올라오는지 아주 그냥 바디프랜드합니다. 할리가 V트윈 엔진에 맞물린 변속기는 5단 수동입니다. 발로 끙차하고 밟으면 댕 하는 소리를 들려주는데 종 치는 것 같이 재밌습니다. 요즘 이런 변속감은 느껴보기가 참 힘든, 아주 옛스런 감성이죠. 마치 벤쓰 G바겐 문닫을 때 들리는 철그렁하는 경첩소리처럼요.
속도를 올려봅니다. 변속할 때마다 댕, 댕 거리며 속도가 올라가는데 두 시간여 달렸을까요? 세상이 여유로워집니다. 달리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더군요. 후졌다는 게 아닙니다. 이건 일반 모터사이클과 궤가 달라요. 아예 결이 다른 탈 것입니다. 모터사이클 라이딩에 대한 생각을 새로 하게 되더군요.
특히 기어를 5단에 두고 시속 100km부근으로 달릴 때 느껴지는 진동은 마치 닥터피쉬가 발바닥 각질을 뜯어 먹는 것처럼 간지럽습니다. 그런 간지럼을 느끼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내가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사나, 그저 지금처럼만 살면 되지 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포티에잇은 할리 데이비슨 안에서도 참 독특한 모터사이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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