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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음부터 듣고 시작할까요? 제가 보통 혼자 라이딩을 다니는 탓에 누군가가 옆에서 찍어 줄 일이 드뭅니다. 그래서 오늘도 터널안에서 조금이나마 더 잘 들리는 영상부분을 자른 것으로 대체할게요.
잘 들으셨나요? 혼다가 내놓은 CB1000R은 소리가 참 좋습니다. 4기통 리터급 바이크에서 익히 듣던 그런 비행기 이륙하는 것 같은 씨원한 소리죠. 굳이 애프터마켓에서 다른 제품으로 바꾸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재밌는건 이 엔진이 BMW 모토라드의 S엔진처럼 약간 절절 끓는 듯한 소리를 낸다는 겁니다. 시동을 걸면 바로 느낄 수 있어요.
이 각도에서 봤을 때가 제일 멋진 것 같아요. 자동차로 치면 뒤가 빵빵한 해치백이나 왜건을 보는 것처럼 CB1000R도 뒤가 가득 찬 느낌입니다. 손이 그냥 막 나갈 듯 말 듯한 느낌.
반대편에서 보면 이런데 스윙암까지 잘 보이게 찍은 게 없네요;; 스프로켓 커버 가공 좀 보세요. 후덜덜입니다. 왠만한 애프터마켓 파츠 수준이에요. 리조마가 떠오릅니다. CB1000R은 모노 스윙암 적용으로 전 세대보다 2.5kg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추가 감량을 해 전체적으로는 12.5kg이나 가벼워졌습니다. 공차중량은 212kg에 그쳤죠. 차도 아니고 모터사이클에서 12,5kg은 '대에다난' 숫자입니다. 운동성이 얼마나 좋아졌을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죠.
모노 스윙암 서스펜션 덕분에 리어휠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끝내주죠? 단조 휠은 아니지만 디자인 자체가 멋져서 자꾸만 눈이 갑니다. 휠타이어 사이즈는 앞 120/70, 17인치고 뒤 190/55 17인치입니다. 뒤 타이어 폭은 이전 세대에 비해 10mm 더 넓어졌어요. 던롭 스포트맥스입니다.
혼다 CB1000R은 네오 레트로 카페라는 독특한 컨셉트를 갖고 나온 스포츠 네이키드 바이큽니다. 둥그런 헤드램프 덕에 클래식해 보이지만 갖고 있는 기술은 첨단입니다. 전구류도 상향, 하향, 주간주행, 방향지시등 할 것 없이 전부 LED로 바뀌었어요. 광량도 좋습니다. 아니, 이 정도면 꽤 밝다고 할 수 있어요. 룸미러에 비췄을 때 어쩌면 앞차가 "저거 불법 튜닝한 거 아냐?"라고 의심할 수 있을만큼 밝습니다.
테일램프도 멋집니다. 저게 앞쪽 라이트가 켜지면 더 예쁜데 깜박했네요. ㅋ 두카티 스크램블러 800과 약간 비슷하지 않나요? ㅎㅎ 하지만 CB1000R이 만듦새는 더 좋습니다. 크기는 약간 작은 것 같은데 쫀쫀한 느낌이에요. 안에 알알이 박힌 것들도 꼭 도롱뇽알 같고 멋져요.
앞의 동그란 헤드램프와 더불어 뒤의 반달같은 테일램프는 포인트가 됩니다. 그것뿐만이 아녜요. CB1000R은 곳곳에 만듦새가 허접한 구석이 한 개도 없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곳이죠.
브레이크플루이드 리저브 탱크, 즉 브레이크액 보충하는 탱크인데 보시면 마감이 상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쓰는 약한 플라스틱이 아녜요. 투명하고 두껍고 양각으로 UP, LOWER 표시까지 해놨습니다. 굳이 바꿀 필요 없겠어요. 참, 국내에 판매하는 CB1000R은 노멀사양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에는 플러스 모델과 노멀 모델이 있거든요. 플러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가격은 300만원 정도 더 비쌉니다. 차이점은 퀵시프터(업,다운),열선그립, 비키니 카울, 라디에이터 그릴, 앞 펜더 패널, 리어허거 패널, 시트 카울이 추가됩니다. 국내에서도 퀵시프터는 옵션으로 적용가능합니다. 가격은 아직 나오질 않았어요.
앞 브레이크는 토키코사의 캘리퍼를 쓰는데 래디얼 방식입니다. 디스크에도 보면 일본산이라고 선명하게 찍어놨죠. 현지가 아닌 다른 나라 공장에서 생산하더라도 이제 품질에선 차이가 없다고 제조사들은 말하지만 그래도 제조국이 원산지랑 같으면 20점 먹고 들어가잖아요. CB1000R은 오리지널 일본산입니다.
리어 스프링은 프리로드만 조절 가능한 방식인데 시뻘겋게 칠해놔서 고성능 느낌적인 느낌을 냈습니다. 모토라드 S1000RR도 빨강이었죠. ㅎ
풋페그도 발이 잘 미끄러지지 않게 가공을 잘해놨습니다. 힐가드도 도끼처럼 대놨죠. 저런 거 보면 이 바이크가 본격 스포츠바이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장 밑에는 작지만 수납공간도 있습니다. 매뉴얼과 간단한 정비툴이 담긴 파우치가 있고요. 안에 스폰지라든지, 다이소 1000원짜리 1인용 돗자리 잘라서 붙이면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넣어도 괜찮을 공간입니다.
엔진 케이스 보세요. 스프로켓 커버와 마찬가지로 절삭가공을 해놨습니다. 146마력을 내는 4기통 엔진은 전 세대 CBR1000RR의 엔진을 새로 설계해 만들어냈습니다. 왜 신형 CBR1000RR이 있는데 구형을 갖다 썼냐고요? 이유는 현행 CBR1000RR의 엔진을 디튠하는 것보다 기존 엔진으로 새로 만든 것이 CB1000R이 추구하는 성격, 즉 스트리트파이터 성격의 스포츠 네이키드 바이크에게 필수적인 엄청난 펀치력에 더욱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입니다.
4기통답게 네 가닥 매니폴드가 악기처럼 뻗어있죠. 가만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즐겁습니다. 도로에서 만나본 CB1000R은 무서우리만치 튀어나갔습니다. 두카티 몬스터 1200S나 BMW 모토라드의S1000R 그리고 야마하의 MT-10이 동급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같은 카테고리에 있을 뿐 혼다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추구했습니다. 묵직한데 날카롭습니다. 황금손도끼 같다고 하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뭐든 베어 넘어뜨릴 수 있는데 손에 착 감겨서 사용하기도 편합니다. 게다가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손을 벨 염려도 없습니다.
앞 서스펜션은 쇼와의 SFF-BP(Separated Function Fr Fork Big Piston)도립식 포크가 들어갔습니다. 보통 포크에는 양쪽 다 스프링과 댐퍼가 들어가잖아요? 하지만 이 방식은 왼쪽에만 스프링이 들어가고 오른쪽에는 댐퍼만 들어갑니다. 독특하죠? 이렇게 해서 더 편안한 주행질감과 다양한 세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생깁니다.
핸들바의 버튼 마감도 고급스럽습니다. 좌측에는 라이드 모드를 설정하는 버튼과 트립컴퓨터를 조정하는 버튼, 경적과 방향지시등이 모여있어요. 물론 패스등도 있고요. 우측에는 단출하게 킬스위치만 있습니다. 만져보면 가공이 참 잘 돼 있어요. 모서리가 전부 부드럽죠. 버튼 눌리는 감각도 정확합니다.
기억남는 게 있다면 경적 버튼이 엄지손가락에 잘 붙지 않는다는 거에요. 아예 모드 버튼 왼쪽에 있었으면, 그러니까 방향지시등과 클랙슨이 모두 조금 위로 붙었으면 더 좋겠다 정도에요.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할 때 한번에 착 잡히지 않더라고요.
풀 디지털 계기판은 화려하진 않지만 시인성이 상당히 좋습니다. 왼쪽에는 RPM과 기어 단수 그리고 주유량을 보여주고 오른쪽엔 가운데 커다랗게 속도를 중심으로해서 토크컨트롤, 엔진브레이크, 파워가 표시됩니다. 아래 위로는 시간과 트립켬퓨터가 뜨고요. 핸들 좌측에 있는 SELect와 MODE버튼으로 설정하는데 손에 익기까진 시간이 다소 걸립니다. 메뉴얼 정독 권장해요. ㅎ 계기판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우측 모서리에 있는 불 들어오는 곳입니다. 보통 레플리카 모델 보면 기어인디케이터가 있잖아요? 레드존 치기 전에 변속할 때 되면 깜빡거리는.
CB1000R의 저 구석 불빛 역시 기어인디케이터 역할을 기본으로 합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죠. 라이드 모드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게 설정할 수도 있고 또 기어 단수에 따라서도 색깔이 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비주행을 하냐 아니면 과격하게 주행하냐에 따라 또 여러가지 색깔로 바뀌게 할 수도 있고요. 아니면 아예 끄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오락요소죠.
CB1000R은 HSTC(Honda Selectable Torque Control) 버튼 하나만으로 바이크의 성격을 여러 가지로 바꾸는 재주가 있습니다. 주행안전보조장치는 HSTC와 2채널 ABS뿐이지만 바이크는 언제든 신뢰할 수 있습니다. 시승 중에 코너링에서 섬찟했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지면이 가까워지는데 이대로 더 누웠다가는 ‘깔 겠는데?’ 하는 순간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바이크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아니 아예 인지하지도 못했는데 잽싸게 돌아나갔습니다. 슬리퍼클러치 덕에 감속하며 저단으로 내려도 뒤가 털리거나 기우뚱 거리질 않으니까 되게 편하더군요. 그리고 토크 컨트롤 설정에 따라 슬리퍼클러치가 개입하는 정도도 달라져서 운전자 취향을 꽤 많이 반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BR1000RR이 엔진을 고회전으로 돌려가며, 고회전으로 돌렸을 때 엔진이 우르릉쾅쾅 깨어난다면 CB1000R은 언제나 꽝꽝댑니다. 심지어 3단에 130km/h 미만까지는 레플리카보다 더 빠르게 느껴집니다. 정말 우리 동네에서 내가 제일 빠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동영상에서 보여드릴게요. 구독! 부탁드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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