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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XM3 인스파이어라는 이름으로 전시됐던 콘셉트카가 있다. 얼핏 봐선 QM3를 갖다가 쿠페형으로 만든 것 같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던 차로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장에선 “이대로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이 되게 많이 나왔는데 이대로 나왔다.

실물로 마주한 XM3는 최근에 연거푸 만났던 소형 SUV(라고 쓰지만 사실 XM3는 준중형 SUV인 투싼, 스포티지보다 길다. 이 정도면 그냥 준중형이라고 봐야 한다)중에 가장 크다. 사이즈 적으로도 전장X전폭X전고가 4570X1820X1570mm, 휠베이스 2720mm다. 경쟁차들과 표로 정리해보면

길이와 축거는 가장 길고 폭도 동급으로 분류되는 트레일블레이저, 셀토스보다 넓지만 높이는 QM3 수준이다. 흔한 말로 낮고 넓고 긴, 전형적인 잘 달리는 차의 비율이다.

언급한 경쟁차 대비 XM3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다음과 같다.

-       퍼포먼스라고는 말 못하지만 컴포트라고는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동력성능

-       새로 선보인 1.3L 터보 가솔린 엔진은 쉐보레 3기통 1.35터보 가솔린보다 매끄러움. 하지만 이건 취향차이가 분명히 드러나 쉐보레 3기통 엔진의 거칠지만 호쾌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도 꽤 많을 듯. 르노삼성의 신형엔진은 시종일관 부드러움. 고회전 지향은 아니나 고회전으로 달려도 엔진이 거칠어지지 않음. 멀티센스 스포트 모드에서 차의 움직임 최적화.

-       신규 플랫폼에서 오는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주행성능

-       쾌적한 1,2열을 비롯해 활용도가 상당히 좋은 트렁크

-       간결하고 적재적소에 배치된 버튼 류와 버튼의 조작감

-       인테리어에 쓰인 소재의 품질과 마감에서 오는 한 급 높은 고급감

-       운전자를 향해 틀어진 센터페시아에서 오는 조작의 용이성

-       형태도 좋고 몸도 잘 지지해주는 1열시트

 

-       풍성한 오디오

 

-       실내 무드등

-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

그에 반해 단점은 다음과 같다.

-       저공해차 미인증

-       리어 토션빔 서스펜션은 SM6와 비교 시 개선했지만 여전히 2열로 전해지는 충격과 진동은 1열과 차이가 있음.

-       게트락 7단 DCT는 최신버전이 아님. 출발 시 전형적인 DCT의 목 뒷덜미 잡는 듯한, 그랬다가 클러치 붙으면서 튀어나가는 느낌이 연출돼 적응할 필요 있음.

-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한 메뉴조작과 열선, 통풍시트 조작은 개선해야 함. 물리버튼과 디스플레이 내 버튼을 번번히 따로 조작할 필요가 있을까?

-       전동식 트렁크는 옵션으로라도 넣어줬으면 좋았을 듯.

-       상대적으로 덜 들어간 첨단운전자보조기능

-       차라리 주차보조기능을 다양하게 넣지 말았으면 어땠을까?

-       시프트패들은 안타깝다. 눌러보면 샤프심 딸칵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것 같기도 해 거시기허다.

4년 전부터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올해 데뷔한 XM3는 르노그룹 산하 르노삼성자동차가 진두지휘해 만들었다. 지난 1월 쉐보레가 출사한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공교롭게 한국GM에서 주도해 만들었다. 시승기와 관계없는 얘기지만, 콤팩트 SUV 개발을 한국에 맡기는 이유가 뭘까? 한국 시장은 굉장히 거칠다. 경쟁자가 난무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눈높이, 취향도 상당히 높고 성숙했다. 그런 만큼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11월 LA오토쇼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선보였다. 그리고 북미시장엔 아직 판매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 한 것.  XM3도 마찬가지. 유럽엔 내년 초 출시예정이다. 그러니까, 한국 시장에서 성패를 따져 후발 출시 전략을 짜겠다는 거다. 너무 딴 길로 샜다.

 

XM3는 작년 러시아에서 판매를 시작한 아르카나를 갖고 들여와 르노마크만 르노삼성 마크로 바꿔 팔 거란 얘기가 돌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얘기였다.

아르카나 인테리어

인테리어 디스플레이가 가로냐 세로냐 차이만 있는 게 아니라 무엇보다 플랫폼 자체가 다르다. XM3는 CMF-B라는 르노그룹의 신형 플랫폼을 갖다 썼다. 그 탓(?)에 XM3의 기술자료가 공개된 이후 아르카나의 러시아 내 인식이 이전만 못해졌다는 후문이다. 단지 소문만이 아닌 것이, 내년에 XM3의 유럽시장 내 모델명이 아르카나로 내정됐었는데 최근 러시아내 기류 때문에 현재 다른 이름을 찾고 있다고 한다. 또 딴 길로 샜다.

한국에서 만든 덕에 좀 더 우리나라 시장에 특화된 부분은 꽤 많다. 예컨대 펜더의 에어밴트를 흉내 낸 디테일을 비롯해 차체 곳곳에 붙은 크롬장식들, 커다란 컵홀더, 또 부드러운 소재를 대폭 적용한 실내도 한국시장 조사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덕분에 디자인에 대해선 꽤 호평을 받고 있다.

“쿠페스러운 루프라인 때문에 차가 더 고급스럽고 늘씬해 보인다” “새로운 르노의 얼굴이 조화롭게 들어가 계속 쳐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등의 얘기들이다. 디자인은 어쨌거나 개인취향이 관여하는 여지가 크니 여기까지.

1열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시각적으로뿐만 아니라 촉각적으로도 많이 개선됐다. 운전대, 센터페시아, 도어패널에 부드러운 소재를 대폭 사용해 손닿기 쉬운 곳에서 준중형 차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하이글로시 소재도 기어노브 주변에만 둘러 개인적으론 아주 좋다.

센터페시아도 운전자를 향해 살짝 틀어져 조작하기 좋다. 비상등을 비롯, 토글식으로 마무리한 중단 버튼들의 조작감은 정확하다. 더 마음에 드는 부분은 다이얼의 마감. 제네시스 GV80에서 봤던 오돌토돌한 돌기를 둘렀는데 손으로 잡고 돌려보면 저항 값이 정확하면서도 부드럽다. 엔진 시동버튼 둘레도 마찬가지로 둘렀다.

커다란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디스플레이는 요즘 트렌드를 넘어선다. 눈에 잘 들어오고 그래픽도 훌륭하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XM3 이미지는 방향지시등이나 문 열림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앙증맞다.

센터디스플레이 내 메뉴 중 주차보조 기능이 있는데 무려 네 가지나 지원한다. 평행, 직각, 사선 그리고 평행주차 출차까지 지원하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얼마나 쓸까 싶다. 차라리 첨단운전자보조 기능이나 더 집어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긴급제동보조, 차선이탈방지보조, 후방 교차충돌 보조까지만 들어갔다.

문제는 꼬여있는 2열 중단의 조작버튼과 센터디스플레이 내 메뉴다. 열선, 통풍 시트, 멀티센스 조작하려면 물리버튼 누른 뒤 다시 또 디스플레이 내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또 다른 메뉴들도 빠져 나오려면 물리버튼을 꼭 눌러야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 XM3를 통틀어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메뉴 조작하기다.

2열은 리클라이닝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엉덩이받이도 짧아 키 178cm 평균 키인 내가 앉았을 때 허벅지 밑 7cm는 공중에 떠있다. 하지만 거주성은 훌륭한데 헤드룸, 숄더룸 모두 쾌적하다. 2열 승차감은 SM6보단 좋다. 하지만 익히 토션빔 특유의 엉덩이, 허리 충격 전달은 남아있다. 그래도 확실히 세단인 SM6보다 나아졌다.

트렁크는 XM3가 내세울 수 있는 큰 장점이다. 쿠페형 루프라인 때문에 뒤로 완만하게 트렁크 해치가 깎이는데 공간을 어쩜 그렇게 잘 깎았는지 인상적이다.

바닥은 입구를 평평하게 만들어 짐 싣고 빼기도 편할뿐더러 단을 두 개나 넣어 활용성도 높였고 고정장치도 아이디어 상품이다. 2열을 접으면 거의 풀플랫인데 요즘 유행하는 차박은 가능할 듯 안 할 듯. 전동식 트렁크를 옵션으로라도 선택하게 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르노자동차에서 처음 경험한 1.3L 터보가솔린 엔진(M282)은 벤츠와 함께 만들었는데 참 좋다. 터보래그는 살짝 있는데 고회전으로 돌려도 엔진은 불쾌하고 거친 기색을 내지 않는다. 매끄럽고 충분한 힘을 내며 청각적으로도 꽤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이 엔진은 벤츠에선 A-클래스, B-클래스, CLA, GLA에도 들어간다. 물론 우리나라 출시는 언젠간 하겠지? 현대기아 1.6터보, 쌍용 1.5터보, 쉐보레 1.35터보 엔진 중에 범용적인 만족도는 가장 높을 듯. 근데 저공해인증은 아직 못 받았다. 앞으로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단다.

최신엔진에 비해 변속기는 옛날 거다. 게트락제 7단 DCT인데 자동변속기에 버금가는 요즘 DCT와 달리(반대로 말하면 요즘 자동변속기는 DCT에 맞먹을 만큼 재빠르게 변속하면서도 부드럽다) 멈췄다가 출발할 때 누가 뒤에서 잡고 있다가 놓는 듯한, 그러면서 갑자기 쑥하고 나가는 느낌이 여전하다. 물론 적응하면 문제없다. 하지만 이 DCT 느낌은 전후진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더 잘 드러난다. 그리고 멀티센스(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스포트로 두면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은 절정이다. 스포트 모드에선 펀 드라이빙이란 표현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다. 운전대 무게 변화도 꽤 있다.

핸들링은 살짝 유격이 있는데 차가 헐거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이마저도 부드럽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부족하지 않다. 브레이크도 유격이 살짝 있다. 한 7mm정도 밟고 나서 답력이 나타난다. 모자라진 않다.

XM3에서 엔진만큼이나 인상적인 건 역시 플랫폼이다. 시승차는 215/55 R18인치 휠타이어(금호 솔루스 TA31)를 신었는데도 노면에서 전해지는 질감이 거칠거나 딱딱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연비 때문에라도 17인치를 선택하라고 할 텐데 XM3는 18인치에 최적화된 느낌이다.

어떤 노면에서도 차는 안정적이면서 부드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날쌘 느낌은 아니다. 차선변경, 선회를 해보면 부드럽게 밀면서 들어가는 쪽이지, 이른바 칼치기의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아예 방향자체가 여유로우면서 신속한 주행질감을 연출하려고 한 듯하다. 시승 중 보여준 최고 연비는 1.47이었고 평균 연비는 대략 12~15km/L였다. 오랜만에 만난 르노삼성의 신차는 2016년 SM6를 처음 만났을 때만큼이나 신선했다. 어쩌면 XM3가 시장에서 일으키는 반향은 더 클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본문에 쓰지 못한 사진들.

운전석 우측에 모아놓은 헤드램프 조사각도조절버튼, 열선스티어링, 계기판 밝기조절, 차선유지보조장치 활성화버튼
대시보드에는 많은 소프트 소재들이 쓰였다.
연장이 가능한 센터암레스트
시승차엔 선루프가 빠졌는데 선루프는 파노라마는 아니고 와이드방식, 개폐는 다이얼버튼으로
2열 열선 시트 및 두 개의 usb, 1열 에어컨은 듀얼 존 아님.
LED사이드리피터
에어로와이퍼
헤드램프에 적용된 디테일
센터디스플레이 지문 제거용 융, 신차 살 때 포함
스마트폰 무선충전을 하면 디스플레이에 뜨는 아이콘, 별도의 램프는 없음.
9스피커 보스오디오
앰비언트 라이트는 2열 도어패널엔 안 들어감. 도어 포켓 양호, 2열 윈도우는 2cm정도 남기고 다 내려감.
2열 발밑 송풍구
2열 바닥은 복숭아뼈 정도 높이로 튀어나옴.
트렁크 해치 램프도 LED
조수석 조절은 수동식
센터터널에서 조수석쪽에 자리잡은 도큐멘트 포켓
스티어링 컬럼에 붙은 인포테인먼트 조절 레버. 디자인 바뀜, 조작감 좋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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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3 TCe 260 RE Signature

엔진 I4 터보

배기량 1332cc

최고출력(ps) 152/5500rpm

최대토크(kg.m) 26.0/2250~3000rpm

변속기 7단 DCT 0-100km/h

가속 NA 공인연비(복합, 도심, 고속) 13.2, 11.8, 15.3km/L(18인치휠타이어)

이산화탄소 배출량 125g/km

전장X전폭X전고 4570X1820X1570mm

휠베이스 2720mm

공차중량 1345kg

휠타이어 앞, 뒤 215/55 R18

기본가격 2532만원(시승차 27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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