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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변경하며 거듭난 XC90는 부분변경에 충실했다. 나란히 세워놓지 않으면 어디가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먼저 광이 없던 라디에이터 그릴에 광을 낸 뒤 안쪽으로 깎았다. 크기도 좀 키웠다는데 이건 정말 모르겠다. 그릴 가운데 아이언맨 마크도 cctv처럼 바뀌었다(전엔 반만 cctv같았다).

범퍼는 안개등 주변에 크롬을 더해 좀 더 화려해졌다.

휠 스포크는 10개 그대로지만 디자인이 견고한 방패처럼 바뀌었다. 또 범퍼 하단도 차체와 색깔을 같게 맞췄다. 전엔 무광 은색.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뭔가 많이 바뀐 것 같지만 사실은 보고 또 봐야 알 수 있다.

뒤에서 봤을 땐 차이가 더 없다. 해치 아래 범퍼 위 리플렉터를 감싸도록 크롬 바가 길게 가로로 들어간 게 전부다.

실내는 바뀐 게 아예 없는 줄 알았는데 헤드레스트 뒤를 감쌌던 가죽이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4년 전 처음 만났던 XC90는 놀라웠다. 토르의 망치라는 새로운 DRL뿐만아니라 이전 볼보와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성능을 갖고 있었던 까닭이다. 지금이야 모든 라인업이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을 갖고 있지만 그땐 모든 게 새로웠다. 3년만에 페이스리프트한 XC90는 앞서 말한 게 달라진 전부다. 성능적인 개선은 없다.

겉은 보는 그대로 단단하면서도 견고한 볼보의 느낌을 유지했다. 어쩌면 볼보가 바랬던 게 그 부분인지도 모른다. 파격적인 변화를 주기보단 무난하게 두고두고 어울릴 수 있는 차 말이다.

실내에는 볼보 특유의 거실 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가구라고 해도 될 만큼 멋진 시트는 형태만 훌륭한 게 아니라 감싸고 있는 가죽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시승차는 또 인스크립션 트림이라 나파가죽이 들어가 여느 가정 쇼파에 버금갈 만큼 고급스럽다. 냄새도 좋고.

채광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볼보는 파노라마 썬루프의 가운데 바도 얇게 만들었다. 그 덕에 차양막만 걷어내면 실내는 더없이 환하고 쾌적하다.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을 모두 지원하는 2열 시트 역시 실내 거주성을 크게 높이는 데 한몫 한다.

7인승 XC90에서 궁금했던 부분은 3열이었다. 신장 170cm이하의 승객이 앉길 권장한다고 써있는 데 앉아보면 아주 못 견딜 공간은 아니다. 3열 수납공간 덮개에는 거미줄도 그려져 있어 귀엽다. 아이의 안전을 위한 부스터 시트도 빼놓지 않았다.

트렁크는 2,3열을 어떻게 접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마감, 구획 나눔 모두 훌륭하다.

볼보의 첨단운전자 보조기능은 4년전에도 감탄했던 부분이다. 조작이 쉬울 뿐만 아니라 정확히 작동한다. 이질적이지도 않다.

인테리어에서 아쉬운 부분은 터치식 센터디스플레이에 지문이 많이 묻는다는 것과 메뉴를 찾으려면 여러 층위를 거치며 내려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정도.

실내 방음을 위해 도어에도 고무패킹뿐만 아니라 흡차음재를 꼼꼼히 발라놨다.

XC90 T6에는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모두 갖고 있는 트윈엔진이 들어갔다. 맞물린 변속기는 8단 자동. 저속에선 슈퍼차저가 힘을 더해 지체 없이 가속하고 고속으로 올라가면 터빈이 돌며 힘을 보탠다. 엔진 흡기소리가 참 좋은데 그마저도 잘 다스려져 있다. 2L배기량을 갖고 있는 트윈엔진은 2.1톤이 넘는 차를 모는데 부족하진 않지만 스포티한 달리기를 하려면 체중이 다가온다. 양손에 들어간 힘을 좀 빼고 여유롭게 주행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줄곧 느껴진다.

핸들링은 유격이 제법 있어 여기에서도 휘몰아칠 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XC90 T6를 타든, D5를 타든 전형적인 패밀리 SUV의 모습에 충실하다. T8도 패밀리 SUV라는데서는 같다. 하지만 뭔가 더 풍요로운 힘을 가진, 그리고 볼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럭셔리의 끝은 여기까진가보군하고 이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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