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이륙할지도 몰라 3초 동안!, E63 4매틱 플러스

비 쫄딱 맞으며 촬영한 동영상 시승기도 있습니다. 봐주십쇼!! ^^

맑던 하늘에 때아닌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금방 지나갈 줄 알았는데 굵어진 빗줄기에 주변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죠.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한여름엔 제발 좀 숨길 바랐던 태양도 먹구름 뒤로 숨어 버렸습니다.

급한 마음에 손발엔 힘이 잔뜩 들어가고 내비게이션을 볼 것도 없이 거침없이 차를 몰아 붙였습니다. 그렇잖아도 예민해진 신경이 빗방울 튀기는 소리 때문에 더 날카롭게 곤두서네요. 사라진 태양은 눈으로 들어와 쌍심지를 켭니다. 아니 왜 하필 지금……

얼마나 달렸을까요? 새삼스럽게 지금 몰고 있는 차가 메르세데스-AMG E 63 4매틱 플러스가 맞나? 싶습니다. 모름지기 E-클래스 안에서 최고성능을 내세우는, 그야말로 하드코어한 차인데 뒤통수가 저릿하기는커녕 편안하기만 하다니요.

타협을 해도 너무 많이 한 걸까요? 자세하나 흐트러뜨리지도 않고 태연하게 달리는 E 63이 왠지 모르게 어색합니다. 이전 세대는 운전하고 나면 두들겨 맞은 것처럼 몸이 피곤했거든요. 차 문을 닫고 내릴 때쯤이면 몸이 아프다는 말도 농반진반으로 튀어나왔고요. 그런데 신형은 간디같습니다. 비폭력주의자가 되버렸거든요. 적어도... 컴포트 모드에서만큼은 그렇다는 얘깁니다.

E-클래스 안에서도 E 63 4매틱 플러스는 엄연히 클래스가 다른 찹니다. 겉에 씌운 껍데기만 같지 속은 같은 부분이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거든요. 핵심은 파워트레인입니다. V8 4L 트윈터보 엔진에 9단 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571마력에 최대토크 76.5kg.m를 내죠. 어마어마한 성능을 지면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네 바퀴 굴림 방식도 기본사양입니다. 그럼에도 가속해보면 바퀴가 헛도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해요. 더 신기한 건 바퀴가 헛도는 상황에서조차 차는 안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1987년, 메르세데스-벤츠가 190E 3.2 AMG를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만해도 AMG는 운전실력이 뛰어난 드라이버들이나 운전대를 잡아보겠다고 나서던 고성능 개조차였습니다. 그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운전자의 부족한 실력을 기술로 메우며 진입장벽을 조금씩 낮추면서 오늘에 이르렀어요.

이제 AMG 모델들은 오로지 고성능을 위해 목을 매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무리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편의성까지 갖췄습니다. 말 그대로 이중생활인셈이죠. 그러니까 평소에는 컴포트 모드로 약간 더 단단하고 시끄럽게 스포티한 감성을 느끼면서 타다가 기분 내킬 때는 스포트 플러스로 바꾸고 레이스카 몰 듯 탈 수 있는 차가 되는 겁니다. 이 정도면 이름 앞에 슈퍼를 붙이기에 충분합니다. 마치 수트 속에 또 다른 수트를 껴입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면 잽싸게 변신해서 튀어나가는 슈퍼맨과 다를 게 없으니까요.

많이 짧죠? 제가 내일 출장을 가야해서요. 이제 짐을 싸야합니다. ㅜㅜ 자세한 이야기는 동영상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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